에스트로겐 과다 노출이 부른 부인과 질환 급증
정기 검진과 조기 대응이 임신 성공률 높인다
“이유 없이 임신이 안 되는 이유”… 그 배경을 의심해보자
‘건강에는 문제없다’고 진단받았지만, 임신은 계속 실패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평소 생리통이 심했거나, 복부 팽만과 통증이 잦았던 기억은 있지만 별 문제로 느끼지 않았던 이들이다. 하지만 그 원인이 자궁 안, 혹은 자궁 주변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있었던 자궁내막증이나 자궁근종 때문일 수도 있다.
최근 들어 난임 여성 중 상당수가 이러한 자궁 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자궁내막증과 자궁근종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증상이 모호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아 병을 인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조기에 발견되면 치료와 임신 모두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불임은 물론 자궁보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여성의 가임력을 지키고 싶다면,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될 질환들이다.
자궁내막증, 여성의 삶과 임신을 위협하는 질환
자궁내막증은 자궁 내부를 덮고 있는 자궁내막 조직이 난소, 복막, 장기 표면 등 자궁 외부에 비정상적으로 자라면서 만성적인 통증과 난임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문제는 이 질환의 주요 증상이 ‘생리통’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많은 여성이 단순한 생리통으로 오인하여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이 흔하다. 성교통, 골반통, 만성 피로감 등도 나타나지만, 여성들 스스로 증상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경희대병원 산부인과 황우연 교수에 따르면, 자궁내막증은 가임기 여성의 10~15%에서 발병하고, 난임을 겪는 여성의 20% 이상이 자궁내막증을 동반한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가 있다. 그만큼 자궁내막증은 여성의 임신 가능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월경혈의 역류가 복강 내로 유입되어 내막 조직이 다른 부위에 착상하는 ‘역류 생리’ 가설, 유전적 요인, 면역 이상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난소에 자궁내막증이 발생하면 난소 기능이 저하되며, 난관·복막에 생기면 장기와의 유착으로 인해 난자의 이동이나 수정 자체가 어렵다. 이처럼 자궁내막증은 임신을 직접적으로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자연 임신이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시험관 시술(IVF) 역시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자기공명영상(MRI)과 복강경 검사가 필요하며, 최근엔 복강경 수술보다는 호르몬 치료를 통한 약물 요법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전략이 우선 권장된다. 단, 유착이 심하거나 통증이 심한 경우,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로봇 수술을 통한 절개 최소화 수술이 이뤄진다.
자궁근종, 무증상이라 방심하기 쉬운 임신 방해 요인
자궁근종은 자궁의 근육층에 생기는 양성 종양으로, 35세 이상 여성 절반가량에서 발견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근종이 무증상이어서 진단이 늦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여성의 생식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다.
자궁근종은 위치에 따라 임신에 끼치는 영향이 다르다. 자궁내막 안쪽으로 돌출된 ‘점막하 근종’은 수정란 착상을 방해해 임신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고, 초기 유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자궁의 근육층에 생기는 ‘근충내 근종’은 자궁 수축력을 떨어뜨려 태아의 성장과 자궁내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근종은 시간이 지나면서 크기나 개수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정기적인 검진과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특히 임신을 준비 중인 여성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근종의 크기가 급속히 커지거나, 위치상 자궁 기능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되면 수술 또는 비수술적 치료가 고려된다.
최근에는 고강도집속초음파(HIFU)를 이용한 비수술적 치료가 각광받고 있다. 이 방법은 마취나 절개 없이 근종을 제거할 수 있어 자궁 보존은 물론 회복도 빠르다. 특히 임신 계획이 있는 여성에게 매우 유용한 치료법이다.
황 교수는 “근종과 자궁내막증 모두 여성 건강은 물론 임신과 직결되는 중요한 질환으로,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통증이 없다고 안심하지 말고, 주기적인 산부인과 검진을 통해 자궁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결론: 임신 준비, 먼저 자궁 건강부터 점검하자
자궁내막증과 자궁근종은 임신을 막는 두 가지 큰 장애물이다. 이들은 단순히 여성의 생리 건강을 넘어, 삶의 방향을 바꾸는 중요한 건강 요소다. 문제는 무증상인 경우가 많아 진단이 어렵고, 자칫 방치되면 난임이나 불임, 심한 경우 자궁 제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빠르게 진단받고 치료하면, 질환 자체의 회복뿐 아니라 임신 가능성도 높아진다. 특히 현대 여성들은 초경이 빨라지고, 임신은 늦어지며, 출산은 줄어드는 추세에 있어 에스트로겐 노출 시간이 과거보다 훨씬 길다. 이로 인해 자궁 건강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자궁 건강부터 점검해 보자. 정기적인 산부인과 진료, 적절한 검사, 그리고 내 몸에 맞는 치료법 선택은 나와 미래의 아이를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