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부터 항암제 병용요법에도 기존 약제 건강보험 적용
환자 부담금 완화 기대…암 치료 접근성 향상 효과
암 치료비, '희망'인가 '부담'인가?
암은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 아니다. 조기 진단과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생존율은 눈에 띄게 높아졌고, 많은 환자들이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치료 자체보다 더 큰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있다. 바로 ‘치료비’다. 특히 최신 치료법인 항암제 병용요법의 경우, 급여(건강보험 적용) 여부에 따라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치료비가 들 수 있다.
최근 항암 치료 트렌드는 단일 약제보다는 병용요법으로 이동하고 있다. 두 가지 이상의 약제를 병행해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방식이 여러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약은 대부분 급여 등재가 늦어지는 경향이 있고, 이로 인해 비급여 항암제와 급여 약제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 전액 비급여로 간주되는 불합리한 구조가 암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켜왔다.
이번 보건복지부의 급여 기준 개편은 이 같은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변화의 시작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어떤 변화가 있는지, 이 변화가 환자와 의료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세히 살펴본다.
1. 정책 개편의 핵심 내용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18일,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약제)’ 일부 개정 고시안을 행정예고하고, 오는 5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 개정안의 핵심은 간단하지만 의미 있는 변화다. 기존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항암제를 복용하던 환자가, 비급여 항암 신약을 병용해 치료를 받는 경우에도 기존 약제에 대한 보험 혜택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급여 항암제와 비급여 항암제를 함께 사용할 경우, 급여 항암제조차도 비급여로 간주되어 전체 치료가 비급여 처리되는 문제가 있었다. 환자는 기존에 10만 원만 부담하던 약제에 대해 200만 원 이상의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고, 이는 치료의 지속 가능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번 정책 개편을 통해, 급여 약제는 그대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되며, 비급여 신약에 대해서만 비용을 부담하면 된다. 이는 실질적으로 병용요법을 사용하는 환자의 치료비를 수백만 원 이상 절감할 수 있는 효과를 가진다. 무엇보다도 암환자들의 치료 선택권 확대라는 점에서 이번 개정의 의의는 크다.
2. 기존 제도의 문제점과 변화의 필요성
기존 건강보험 급여 체계는 항암제 병용요법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신약 급여 등재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실제 현장에서는 신속한 병용요법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환자에게 큰 경제적 부담이 전가되는 구조가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다코젠'과 비급여 신약 '벤클렉스타'의 병용이다. 다코젠은 단독 사용 시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환자 부담이 약 10만 원에 불과했지만, 벤클렉스타와 병용할 경우 다코젠마저 비급여로 간주되어 1주기 치료에 총 800만 원을 환자가 모두 부담해야 했다.
이러한 불합리한 구조는 환자의 치료 접근권을 심각하게 제한했고, 의료계와 환자단체는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을 요구해왔다. 이에 정부는 환자 중심의 급여 기준을 수용하며 정책 개편을 단행하게 된 것이다.
3. 개선된 제도의 기대 효과
가장 큰 변화는 환자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치료비 부담 완화다. 기존 800만 원에 달하던 부담이 약 610만 원으로 낮아져, 단순한 수치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치료 주기가 늘어날수록 누적 비용은 수천만 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병용요법을 활용한 치료 접근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환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의료진 역시 다양한 병용 치료를 임상 현장에 적용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치료 효과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또한 이번 조치는 향후 더 많은 항암 신약이 병용요법에 활용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약 개발사 입장에서도 국내 시장 진입이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
4. 환자 및 전문가 반응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번 개정은 암환자의 치료 기회를 확대하고, 실질적인 의약품 접근권을 보장하는 역사적인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의료계 역시 이번 조치가 진료 현장에서의 유연성을 확보해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제약업계는 이번 정책이 신약 개발 및 허가 전략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병용요법 중심의 신약 개발 및 허가 확대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다만 비급여 약제의 가격 조정 등 후속 과제도 함께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5. 병용요법 확대 추세와 국내 허가 현황
최근 항암제 치료에서 병용요법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5년간 국내에서 허가된 항암제 병용요법은 54건에 달하며, 이 중 기존 약제와 신약 간 조합이 28건, 신약 간 병용이 26건을 차지했다.
병용요법은 치료 효율 극대화와 암세포 저항성 억제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고 있으며, 다양한 조합이 가능한 신약 개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건강보험 급여 체계 역시 이에 맞춰 유연하게 진화할 필요가 있다.
결론
이번 급여 기준 개편은 경제성과 접근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시도로, 암환자들에게 실질적인 희망이 될 수 있다. 제도의 정착과 함께, 향후 병용요법을 고려한 급여 정책이 더욱 합리적이고 환자 중심적으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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